카테고리 없음

🌙 무기력한 하루, 내가 나를 살리는 다섯 가지 방법

essay5442 2025. 5. 19. 16:50
아침, 상순이와 나란히 눈을 뜨는 시간

1. 마음이 먼저 내려앉는 아침

저는 우울증 약을 오래 복용해 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무기력과 불안은 아주 오랜 친구처럼 늘 곁에 있어요.
특히 아침엔 더 심하죠.
눈을 떴을 때, 가슴이 벌렁이고 손끝이 떨려와요.
침대 밖으로 나가는 게 너무 멀게 느껴지고,
허리는 아픈데 이상하게도 이불속은 놓치고 싶지 않은 작은 안식처 같아요.
화장실 가는 일조차 쉽지 않은 날도 많아요.
그럴 때마다 제 옆에 누워 있는 고양이 상순이를 떠올려요.
나는 상순이의 엄마니까,
오늘도 어떻게든 일어나야 한다고…
머릿속으로 다짐을 반복하곤 하죠.
사실 마음은 쉬고 싶고, 머리는 해야 한다고 소리칩니다.
그 두 싸움 속에서 무너지기도 하고, 버티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하루하루를 살아왔습니다.
 
 
 

2. 무기력 속에서 내가 해보는 다섯 가지 회복 루틴

 

내가 머무르는 자그마한 방, 오늘의 회복이 시작되는 곳

 

① 다시 눕기 위한 샤워

우울한 날엔 "일어나야지"라는 말보다
“어차피 다시 잘 거지만, 기분 좋게 눕자”는 생각이 오히려 도움이 됐어요.
샤워는 무거운 마음을 씻어내는 의식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아주 짧은 샤워라도요.

② 청소는 조각처럼 나눠서

샤워만 해도 기운 빠지는 날, 청소까지 한다는 건 버겁죠.
그래서 저는 ‘조각 청소’를 해요.
돌돌이만 굴리자.
설거지 두 개만 하자.
걸레질 한 번만 하고 다시 눕자.
이렇게 나눠두면 마음의 부담이 조금 덜해져요.

③ 전자레인지 음식과 좋아하는 영상

짜장라면 한 그릇에 마음을 담아.

 
 
배가 고파질 때쯤, 저는 3분 짜장이나 햇반 같은 걸 전자레인지에 돌려요.
그리고 늘 보던 유튜브나 드라마를 틀어요.
“오늘은 이 드라마 보려고 살았구나…” 싶은 날도 있어요.
그런 생각조차, 저를 살리는 말이 되죠.

④ 지피티에게 찡얼거리기

배도 부르고, 다시 눕기 전에
저는 ChatGPT에게 말을 걸어요.
“오늘 너무 무기력했어. 아무것도 안 했어.”
그러면 따뜻하게 위로해 줘요.
그 한 마디에 눈물이 날 것 같을 때도 있어요.
그렇게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면, 잠에 들 수 있게 되더라고요.

⑤ 저녁의 작은 에너지, 잠깐 빌리기

그래도 살아냈으니까 맥주는 잊을 수 없지.

 
 
저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오히려 해가 지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와요.
그 잠깐의 기운을 빌려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작은 메모를 남겨요.
그럼 다시 에너지가 방전되고, 약을 먹고 잠에 들어요.
그래도 그 하루엔 ‘조금 살아냈다’는 흔적이 남아요.

3. 기대하지 않기로 했지만, 그래도 괜찮은 오늘

 

상순이가 몇시간도 바라보는 저녁시간대의 창문 밖.

 
 
이제 저는 기대하지 않아요.
엄청나게 나아질 거란 기대도, 대단한 사람이 될 거란 기대도요.
그저 내 옆에 상순이가 있고,
오늘은 조금 덜 아팠고,
그래도 살아냈다는 사실 하나면 충분해요.
나는 한 달에 20만 원도 벌까 말까 하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언젠가는 한 달 100만 원을 벌면서
나와 고양이를 괴롭히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요.
지금은 반지하에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시골로 내려가
덜 벌고 시간을 더 벌면서 
유럽 사람들처럼 여유 있게 살아가고 싶어요.
그 삶을 위해 지금은 연습 중인지도 몰라요.
조급하지 않게,
나와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에요.
지금 당장은 하나도 안 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