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한 일기

살이 빠지면 세상이 달라질 줄 알았어 – 나를 위한 다이어트 연습

SANGEUN TAROT 2025. 5. 30. 17:12

 

 

오늘은 다이어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통통한 아이였고, 한 번도 소아비만이라는 단어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줄 세워 키와 몸무게를 재고,
그 수치를 반장이 큰 소리로 불러 적는 시간은
내게 늘 부끄러움과 수치심으로 남았다.

유독 살이 많이 찐 친구는 놀림을 받았지만,
나처럼 애매하게 통통한 아이는 그냥 불쌍하게 보거나 무시당했다.
그게 더 나았던 걸까? 아니면 더 서글펐던 걸까?

 

한창 학창 시절, 드림하이라는 드라마가 유행했다.

 

아이유가 통통한 모습으로 등장했다가
극적인 다이어트를 통해 예뻐지는 장면은
내게도 커다란 희망이자 환상이었다.
"그래, 살만 빠지면 세상이 달라질 거야."
나는 정말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사람들과 점점 멀어졌고,
밖에도 잘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혼자 다이어트를 반복했고,
결국 나는 늘 실패했다.

잠깐 살이 빠지면 사람을 만나고,
다시 찌면 스스로를 가두었다.
완벽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마음
나는 나를 점점 더 외롭게 만들었다.

벚꽃이 펴도, 햇살이 좋아도,
아이들이 웃고 떠들어도
내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냥 나를 미워하고 있었다.

 

가족들의 눈빛도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빠졌네. 이제 더 빠져야지.”
그 말속의 기대와 실망은
내 마음을 더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 눈빛 속에서
항상 부족한 나만을 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공허함을 음식으로 채우는 사람이 되었다.


스트레스, 외로움, 불안…
모든 감정이 먹는 걸로 흘러갔고,
먹고 나서는 언제나 죄책감과 후회가 남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걸 조금씩 바꿔보려고 한다.

무조건 참기보다는, 내 방식대로 조금씩 조절하는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술을 끊는 건 어렵지만,
요즘엔 무알콜 맥주로 입을 달래며 마음의 부담을 덜어낸다.

간식이 당길 땐 곤약으로 만든 쫀득한 간식을 꺼내 먹는다.
그리고 예전 같으면 야식으로 무언가 기름진 걸 찾았겠지만
지금은 냉동실에 얼려둔 과일을 꺼내 하나씩 천천히 입에 넣는다.
단순한 대체가 아니라,
“이건 나를 위한 선택이야.”라는 마음으로 먹는다.

 

예전에는 굶기도 했고, 유행하는 다이어트 제품도 많이 써봤다.
효과가 있었던 것도 있었지만,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결국 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이제는 단 하나라도
나에게 맞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다이어트를 찾고 싶다.
그게 식습관이든, 감정을 조절하는 방식이든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도 가끔 공허하고,
가끔은 괜히 먹고 후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날에도 나는 이렇게 말해준다.

“오늘 하루만 잘 버텨보자.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만 더 나아지자.”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금주를 부탁해에서
주인공 의준이는 금주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루를 버티고, 또 하루를 버티고, 일주일만 버텨보자.”

나도 그렇게 살아보려 한다.
한순간에 달라지진 않아도,
나를 조금씩 덜 미워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기.

그리고 언젠가는,
음식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나를 채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작은 다짐

 

이 글을 쓰면서 느꼈다.
다이어트는 살을 빼기 위한 전쟁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지켜주는 연습
이라는 걸.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디선가 비슷한 마음으로 하루를 견디고 있다면
그저 이렇게 전하고 싶다.

"우리, 오늘 하루 잘 버텨냈어요.
내일도 그렇게 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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