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에게 물었다
우울에게 물었다
넌 왜 나한테 왔어?
넌 왜 나한테 와서 떠나가지 않아?
우울은 대답했다.
사람들은 다 나를 미워해
나도 사랑받고 싶은 것 같아
그래서 너에게로 왔어
내 존재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걸 알지만
난 이미 태어났고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해
우울이 하는 말이 꼭 나의 존재와 비슷했다
무언가를 성취하고 해내고 빛을 보는
그래야만 사는 이 세상에서
어쩌면 사람들에게 피해만 끼치고 있고
짐이 되어버린 나의 존재 같았다
우울은 아마 나와 가장 닮은 그런 존재가 아닐까
나와 가장 닮은 존재라고 생각하니 괜히 애틋했다
비둘기가 생각이 났다
비둘기도 점점 수가 많아지고
사람들에게 피해만 줘서 늘 눈살을 찌푸리기만 한다
그럼에도 푸드덕 날아다니고
그럼에도 뒤뚱뒤뚱거리면서
너희들의 말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그렇게 살아간다
그런데 이 비둘기조차
사람들이 먼저 평화의 상징으로 필요로 해서
이렇게 많아졌다는 게 참 웃기다
우울한 우리는
어쩌면 실수로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뭐 어쩌겠는가
사람이 영원히 살 수 없는 것처럼
언젠간 죽는 것을 알기에
그것이 억울해도
세상 이치라는 것을 알기에
우리가 받아들이는 것처럼
내가 다 알지 못하는 이 세상의 순리 같은 거겠지
때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한테 너무 많이 일어나니까
너의 탓도 나의 탓도 아니다
그 누굴 탓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래도, 신의 탓이라고
신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고
신이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고
나는 그저 그 안에서 발버둥 치는 존재일 뿐이라고
내가 짐이 된 것도,
우울이 내 안에 깃든 것도,
다 신의 몫이라고
나는 그렇게라도 책임을 돌리고 싶었다
그런데 이 말마저 공허했다
결국 신도, 세상도, 아무도 답을 주지 않았다
그저 나 혼자 남아 있었다
태어나고 싶은 대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원했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주어진 모습으로
주어진 감정으로
주어진 세상 속에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우울도, 나도, 비둘기도
누구도 스스로를 선택하지 못했다
그러니 불쌍히 여기자
그저 이렇게밖에 살 수 없는 우리를
비틀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존재들을
누굴 탓할 수도 없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서로를 탓하기보다
그저 조용히 끌어안아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